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의도와 워싱턴 D.C.가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이야기로 시끄럽습니다. 한국에서는 여당과 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이른바 ‘스테이블코인법’을 9월 중 국회에 발의하겠다고 예고했고,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5월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한 ‘클래리티법’이 9월 15일 상원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왜 하필 지금, 여러 나라가 약속이라도 한 듯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그 배경과 국내외 입법 시간표, 그리고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의 경쟁 구도까지 최대한 쉽게 정리해봤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뭐길래 이렇게 화제인가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같은 법정화폐, 혹은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시세가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출렁이지 않고 ‘1코인=1달러’ 식으로 값이 고정되도록 설계돼 있어, 실제 결제나 송금, 거래소 간 자금 이동에 널리 쓰입니다. 문제는 이 안정성이 발행사가 정말로 코인 발행량만큼의 현금·국채를 보유하고 있을 때만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준비자산이 부족하거나 불투명하면 코인 가치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고,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사례가 과거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준비자산 공시, 인가, 상환 보장 등을 의무화하는 법 제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이 서두르는 진짜 이유 — 지니어스법 카운트다운
한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입법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미국의 일정이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2025년 7월 18일 ‘지니어스법(GENIUS Act)’에 서명했고, 이 법은 2027년 1월 18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지니어스법이 시행되면 미국 인가를 받은 발행사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경을 넘어 본격적으로 유통될 길이 열리는데, 이 경우 한국에서도 별도 규율 체계 없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송금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원화 기반의 법적 인프라를 서둘러 갖추지 않으면 국내 통화 주권과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해외 발행사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국내 입법에 속도를 붙이는 핵심 동인으로 꼽힙니다.

국내 입법 시간표 — 당정 통합안부터 공청회까지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당정 통합안을 대표발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지난 8월 말에는 9월 중 발의를 목표로 한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다만 9월 초 보도에 따르면 정작 발의의 전제가 되는 금융위원회의 정부안이 아직 유동수 의원 측에 넘어오지 않아, 추석 연휴 전 실제 발의가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당 정책위 지도부는 정부안 도착 여부와 무관하게 9월 말 공청회는 예정대로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청회 이후 실제 법안 발의와 연내 국회 통과로 이어질지는 정부안이 언제 오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설상가상으로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9월 안에 법안이 발의되지 못하면 국정감사 준비와 진행에 밀려 입법 논의 자체가 한동안 멈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자·보상 지급 여부,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할지 비은행 사업자에게도 열어줄지, 거래소의 지분 참여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등 핵심 쟁점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법 자체가 없는’ 단계이고, 미국은 ‘법은 있지만 세부 시행령과 후속 법안을 다듬는’ 단계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네이버 vs 카카오,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전쟁
법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국내 빅테크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와 검색·커머스 플랫폼에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나은행이 두나무 지분 6.55%(약 1조원 규모, 228만4000주)를 인수해 4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까지 맺어 발행·보관·거래·결제를 잇는 구도를 빠르게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축으로 시중은행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하는 한편,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과 업무협약을 맺어 해외 인프라와의 연결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승부처가 단순히 ‘누가 코인을 먼저 발행하느냐’가 아니라, 결제·송금·커머스 등 실생활 서비스에서 얼마나 넓은 유통망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로 일정이 늦어지고 있고,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적격성 기준이 강화되면 두 회사의 사업 구조에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클래리티법 진통 — 이자 쟁점과 9월 15일 표결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지난 5월 14일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찬성 15표, 반대 9표로 통과됐습니다. 다음 관문인 9월 15일 상원 표결은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는 표결이 아니라, 본회의에서 토론을 시작할지 말지를 정하는 ‘클로처(필리버스터 저지) 표결’입니다. 여기서도 60표 이상을 얻어야 하는데, 공화당이 53석을 쥐고 있어 최소 민주당 7명의 동의가 필요하고 일부 공화당 이탈표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문턱은 10표 안팎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 클로처 표결에서 막히면 사실상 올해 안에는 법안 처리가 무산되고, 다음 중간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상당 기간 재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심의 과정에서 가장 첨예했던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문제였습니다. 암호화폐 업계는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연 4~5%대의 보상을 지급해온 관행을 유지하길 원했고, 은행권은 이것이 사실상 무인가 예금 영업이라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지난 5월 1일 톰 틸리스·앤절라 알소브룩스 상원의원이 내놓은 절충안은, 은행 예금처럼 경제적·기능적으로 이자와 동등한 보상은 금지하되 유동성 공급이나 스테이킹 등 실제 사용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보상 프로그램은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이자 쟁점은 한국의 스테이블코인법 논의에서도 똑같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대목입니다.

아직 남아있는 쟁점과 자주 묻는 질문
Q.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생기면 나도 지금 당장 써볼 수 있나요?
아직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발행·유통을 규율할 법 자체가 없는 단계이고, 정부안 지연으로 당정 통합안의 발의 시점조차 유동적인 상태입니다. 발의 이후에도 공청회와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므로 실제 서비스 출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스테이블코인도 은행 예금처럼 안전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예금보험공사의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고, 발행사가 준비자산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시하느냐에 따라 안정성이 크게 좌우됩니다. 법이 통과되더라도 준비자산 공시 의무의 구체적 수준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Q. 미국 클래리티법이 통과되면 한국에도 바로 영향이 있나요?
직접적인 국내 규제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미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제도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국내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9월 15일 표결에서 부결되거나 처리가 또 지연되면, 한국도 국내 상황에 맞춰 입법 속도를 조절할 여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입법은 미국 지니어스법 시행이라는 명확한 시계가 걸려 있는 ‘방어적 속도전’의 성격이 강하고, 그 이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발행부터 유통까지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만 발행 주체, 이자·보상 지급 여부, 시행 시점 등 핵심 조항은 아직 국회 안에서 결정되지 않은 ‘진행형 사안’입니다. 9월 말 공청회와 미국 9월 15일 상원 표결이라는 두 이벤트가 이후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 뉴스는 앞으로도 계속 확인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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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특정 코인이나 플랫폼에 대한 투자 권유,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개인화된 투자자문·세무자문·법률자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본문에서 다룬 디지털자산기본법, 클래리티법, 지니어스법 등은 국회 심의·상원 표결·시행령 제정 등 절차가 아직 남아 있어 세부 내용과 시행 시점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실제 투자나 서비스 이용을 결정하기 전에는 반드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의 최신 공지와 전문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수치와 일정은 작성 시점(2026년 9월 6일) 기준 공개된 보도자료를 근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