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사상 최고치, 엔비디아 아닌 메모리주가 이끈 이유는

서버용 메모리 모듈 기판과 메모리 칩 근접 사진

나스닥지수가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익숙한 뉴스입니다. AI 랠리, 기술주 강세, 또 한 번의 최고치. 그런데 이번 랠리의 명단을 한 줄씩 읽어 내려가면 이상한 점이 하나 보입니다. 그동안 AI 랠리의 대표 얼굴이었던 엔비디아는 0%대 상승에 그쳤고, 앞줄에 선 것은 메모리 반도체 마이크론과 낸드플래시·저장장치 업체 샌디스크였습니다.

이 글은 질문 하나에서 출발합니다. “왜 이번 나스닥 사상 최고치를 이끈 것은 GPU가 아니라 메모리였을까?” 그리고 그 답이 앞으로 어떤 지표에 의해 확인되거나 뒤집힐 수 있는지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판단이 아니라, 시장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읽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나스닥 사상 최고치, 숫자로 보면 주역이 바뀌었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정리합니다. 미국 현지시간 9월 21일 나스닥 종합지수는 2.26% 급등한 2만7122.09로 마감했습니다. 지난 6월 2일 세운 종전 종가 최고치(2만7093.90)를 약 넉 달 만에 넘어선 것입니다. 다음 날인 22일에도 0.45% 더 올라 2만7244.28로 이틀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하지만 22일 장의 결은 전날과 달랐습니다. S&P500은 사실상 보합(7764.64)에 머물렀고, 다우지수는 0.36% 내렸습니다. 시장 전체가 오른 날이 아니라 특정 업종이 지수를 끌어올린 날이었던 셈입니다. 그 업종이 바로 메모리·스토리지였습니다. 샌디스크가 약 6.8%, 마이크론이 약 5% 뛰었고, 엔비디아는 0.7% 안팎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9월 22일 뉴욕증시 종목별 등락률 막대그래프: 샌디스크 6.8%, 마이크론 5.0%, 엔비디아 0.7%, 나스닥 0.45%, S&P500 보합, 다우 -0.36%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수가 같은 폭으로 올라도 “누가 올렸는가”에 따라 랠리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GPU 한두 종목이 끌어올린 랠리는 그 종목의 실적 한 번에 흔들립니다. 반면 메모리·스토리지로 매수세가 번졌다는 것은 시장이 AI 투자의 수혜 범위를 연산 칩에서 데이터를 담고 옮기는 부품 전체로 넓혀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 흐름의 출발점은 앞서 다룬 HBM 슈퍼사이클과 메모리 반도체 랠리에서 짚은 바 있습니다.

왜 GPU가 아니라 메모리였나 — 낸드의 ‘신분 상승’

케이블이 촘촘히 연결된 데이터센터 서버 랙

답의 첫 번째 단서는 22일 샌디스크 급등의 직접 계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증권사 로젠블랫은 현지시간 21일 샌디스크에 대해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2400달러를 제시하며 분석을 시작했고, 주가는 다음 거래일인 22일 이에 반응했습니다. 이 증권사의 케빈 캐시디 애널리스트가 내세운 논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AI 워크로드가 낸드플래시를 범용 저장매체에서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AI 모델이 학습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추론) 단계로 넘어갈수록, 쏟아지는 데이터와 중간 결과물을 빠르게 저장하고 꺼내 쓰는 능력이 전체 속도를 좌우하게 됩니다. GPU가 아무리 빨라도 데이터를 공급하는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병목이 되면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과거 낸드는 스마트폰·PC 경기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대표적인 ‘범용재’였지만, 데이터센터가 수요의 중심으로 올라서면서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강세론의 핵심입니다. 로젠블랫은 샌디스크가 향후 생산 물량의 상당 부분에 대해 고객사와 다년 계약을 맺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두 번째 단서는 실적입니다. 마이크론은 지난 6월 말 발표한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매출 414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4분기 매출 전망치로 500억 달러(±10억 달러), 매출총이익률 약 86%를 제시했습니다. 메모리 업체가 80%대 매출총이익률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 사이클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장면입니다. 시장이 “이번 사이클은 다르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랠리를 거든 두 개의 바람 — ‘뮤즈’ 기대, 그리고 유가·금리 하락

메모리 강세가 이번 최고치의 엔진이었다면, 주변 환경도 우호적이었습니다. 첫째는 메타가 내놓은 AI 에이전트 ‘뮤즈’입니다. 21일 메타 주가는 뮤즈가 앱스토어 상위권에 오른 데 힘입어 11%가량 급등했습니다. AI 서비스가 실제로 대중에게 쓰이기 시작하면 그만큼 데이터 저장·연산 수요가 늘어난다는 기대가 반도체 전반으로 번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뮤즈가 22일에는 ‘공포’의 재료가 되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이메일 처리, 예약, 쇼핑 검색 같은 일을 AI 에이전트가 대신하면 기존 소비자 플랫폼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로 우버·리프트 등 일부 플랫폼 기업 주가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같은 기술을 두고 인프라 공급자는 수혜, 중간 플랫폼은 위협으로 해석이 갈린 것입니다. S&P500이 보합에 그친 배경 중 하나입니다.

둘째는 거시 환경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 대화 기대가 되살아나면서 국제유가가 며칠째 하락했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4.9%대로 소폭 내려왔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 시점을 11월 선거 이후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져, 외교 기대가 곧바로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어 추가 금리 인상 부담을 낮추고, 금리 하락은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를 높여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우호적으로 작용합니다.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직후임에도 나스닥이 버틴 배경은 금리를 올렸는데 나스닥은 왜 뛰었는지 월가 진단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강세론 vs 약세론 — 같은 숫자, 다른 결론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습니다. 메모리 랠리를 두고 월가의 해석은 선명하게 갈립니다.

메모리 랠리를 둘러싼 강세론과 약세론 비교 카드

강세론은 구조 변화를 강조합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수요의 중심이 되면서 메모리가 스마트폰·PC 경기에 휘둘리던 과거와 달리, 장기계약과 공급 제약 속에 더 길고 덜 요동치는 상승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공급 측면에서도 업체들이 과거처럼 무리하게 증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됩니다.

약세론은 역사를 근거로 듭니다. 메모리는 원래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꺾이는 산업입니다. 과거 사이클에서 메모리 계약가격이 정점을 찍은 뒤 관련 주가가 크게 되돌린 전례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게다가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주가는 올해 들어 이미 몇 배씩 뛰었습니다. 이렇게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는 실적이 좋아도 “생각보다 덜 좋으면” 주가가 빠질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샌디스크 목표주가를 2400달러로 제시한 로젠블랫조차 낸드가 다시 범용재처럼 가격이 움직일 가능성을 주요 위험으로 명시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논쟁은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다뤄온 질문의 연장선입니다. 불과 일주일여 전만 해도 시장은 AI 거물들의 속도조절론에 반도체주가 흔들린 장면을 겪었습니다. AI 투자 속도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이처럼 짧은 기간에도 크게 흔들립니다. 메모리 랠리의 지속 여부 역시 “AI 투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전제에 기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진짜 시험대는 9월 30일 — 마이크론 실적에서 볼 것

그렇다면 강세론과 약세론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언제 드러날까요. 가장 가까운 분기점은 미국 현지시간 9월 30일 장 마감 후 발표되는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4분기 실적입니다.

나스닥 사상 최고치 전후 타임라인: 6월 2일 종전 최고치, 6월 24일 마이크론 3분기 실적, 9월 16일 FOMC 금리 인상, 9월 21~22일 최고치 경신, 9월 30일 마이크론 4분기 실적

이번 실적에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마이크론의 회계 4분기는 14주로, 평소보다 한 주가 더 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매출이 전 분기 대비 크게 늘어 보여도 그중 일부는 영업일이 늘어난 효과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헤드라인 매출 숫자보다는 다음 분기 전망치(가이던스)와 가격 흐름에 대한 경영진의 설명이 시장 반응을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에서 AI·반도체 관련 논의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반도체주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입니다.

메모리 랠리 지속 여부를 판단할 4가지 지표: 메모리 계약가격, 빅테크 설비투자, 마이크론 가이던스, 금리와 유가

실적 발표 이후에도 메모리 랠리를 점검할 때 볼 지표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①D램·낸드 계약가격이 연속으로 꺾이는지, ②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 같은 대형 클라우드 기업이 AI 설비투자 계획을 유지하는지, ③메모리 업체들의 다음 분기 가이던스가 기대를 충족하는지, ④금리와 유가가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되돌아가지 않는지입니다. 이 네 가지가 모두 우호적으로 유지되는 동안에는 강세론이 힘을 얻고, 하나라도 뚜렷하게 꺾이면 약세론의 목소리가 커질 것입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흐름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메모리 대형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미국 메모리주의 하루 등락이 국내 종목에 그대로 옮겨오는 것은 아니며, 환율·수급·국내 이슈가 함께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라는데, 이번 기록은 언제 기록을 넘어선 건가요?

종전 나스닥 종합지수 종가 최고치는 6월 2일의 2만7093.90이었습니다. 9월 21일 2만7122.09로 이를 약 넉 달 만에 넘어섰고, 22일 2만7244.28로 다시 경신했습니다.

Q2. 메모리 반도체와 GPU는 무엇이 다른가요?

GPU는 AI 연산을 수행하는 ‘두뇌’에 가깝고, 메모리(D램·HBM)는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잠시 올려두는 작업대,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오래 보관하는 창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AI 서비스가 커질수록 연산뿐 아니라 데이터를 담고 옮기는 능력도 함께 필요해집니다.

Q3. 메모리 업종은 왜 ‘사이클 산업’이라고 불리나요?

가격이 오르면 업체들이 생산을 늘리고, 공급이 늘면 다시 가격이 떨어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AI 사이클이 이 패턴을 바꿀 수 있을지가 지금 월가 논쟁의 핵심입니다.

Q4. 마이크론 실적은 언제,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마이크론은 미국 현지시간 9월 30일 장 마감 후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컨퍼런스콜을 진행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컨퍼런스콜은 미국 산악시간 오후 2시 30분으로, 한국 시간으로는 10월 1일 새벽 5시 30분 무렵이며, 마이크론 투자자 관계(IR) 웹사이트에서 웹캐스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 — 최고치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올렸는가’

이번 나스닥 사상 최고치는 AI 랠리의 무게중심이 GPU에서 메모리·스토리지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낸드가 범용재에서 AI 인프라 부품으로 ‘신분 상승’하고 있다는 강세론과, 메모리 사이클은 결국 돌아온다는 약세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맞을지는 9월 30일 마이크론 실적, 그리고 그 뒤 이어질 메모리 계약가격과 빅테크 설비투자 흐름이 차례로 답해줄 것입니다. 지수의 숫자보다 그 숫자를 만든 주역과 그 주역을 떠받치는 전제를 함께 보는 습관이, 급등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본 글은 마이크론·샌디스크·엔비디아 등 특정 종목이나 반도체 관련 상품에 대한 매수·매도 권유 또는 투자 유인이 아니며, 개인화된 투자자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기업 실적 전망과 애널리스트 의견은 이후 달라질 수 있으며, 실제 투자 의사결정 전에는 증권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고 각 기업의 공시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의 최신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수치와 내용은 작성 시점(2026년 9월 23일) 기준 공개된 보도와 기업 발표 자료를 근거로 합니다.

이후 마이크론 실적 결과와 밸류체인 구조는 HBM·AI 반도체 밸류체인 지도에, 외국인 수급 흐름은 반도체 수출 사상 최대인데 외국인은 5개월째 순매도한 이유 글에 이어서 정리했습니다.

더 읽어보기 · 이 글은 반도체·AI 이슈 가이드: HBM과 메모리 사이클 읽는 법의 일부입니다. 같은 주제의 다른 글을 순서대로 보려면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참고 자료: Micron Investor Relations — 회계 4분기 실적 발표 일정, 파이낸셜뉴스 — 나스닥, 반도체 강세에 사상 최고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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